초기 적응 과정의 생리적 반응과 극복 팁보청기를 처음 착용한 분들 중 상당수가 “귀가 꽉 찬 느낌이 든다”, “모든 소리가 너무 시끄럽게 들린다”, “심지어 어지럽다”는 경험을 이야기합니다.
이러한 현상은 보청기 불량이나 개인의 문제 때문이 아니라, 대부분 정상적인 ‘청각 적응 과정’에서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반응입니다.
이번 칼럼에서는 보청기 착용 초기에 생기는 생리적 반응과, 불편함을 최소화하며 빠르게 적응하는 방법을 알아보겠습니다.
1. 소리가 과하게 느껴지는 이유보청기를 처음 착용하면 그동안 듣지 못했던 소리들이 한꺼번에 귀로 들어오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냉장고의 ‘윙~’ 소리나 종이 넘기는 사소한 소음조차 매우 크게 들릴 수 있습니다.
이는 두뇌가 오랫동안 소리를 “작게” 인식해 온 상태에서 갑자기 정상 음량으로 회복되기 때문입니다.
즉, 보청기는 단순히 소리를 키우는 기기가 아니라, 청각 뇌가 다시 소리에 익숙해지도록 도와주는 재활 도구라고 할 수 있습니다.
- Tip: 처음엔 하루 2~3시간 정도만 착용하고, 점차 시간을 늘려가며 두뇌가 새로운 청각 환경에 적응할 시간을 주세요.
2. 어지러움이 생길 수 있는 이유보청기 착용 후 어지러움을 호소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는 청각 자극이 갑자기 강해지면서 귓속 전정기관(평형감각을 담당하는 기관)이 함께 자극되기 때문입니다.
특히 오랫동안 한쪽 귀만 들리지 않았던 경우, 양쪽 균형이 갑자기 바뀌면서 균형감이 일시적으로 흔들릴 수 있습니다.
대부분 며칠 내로 두뇌가 새 자극에 적응하면서 자연스럽게 사라지지만, 만약 어지럼증이 1주 이상 지속된다면 이비인후과 전문의의 진료를 받는 것이 좋습니다.
- Tip: 갑자기 장시간 착용하지 말고, 앉은 자세에서 천천히 청취 환경을 바꿔가며 적응하세요.
3. 소리의 울림과 이물감보청기를 처음 착용하면 자신의 목소리가 울리거나 답답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이는 ‘폐쇄효과(occlusion effect)’로, 귀속 공간이 막히면서 저주파 소리가 증폭되는 현상입니다.
보청기 전문가의 개인 맞춤 피팅(세밀 조정)을 통해 공기 통로를 확보하거나, 오픈형 이어팁으로 교체하면 훨씬 자연스러운 소리를 얻을 수 있습니다.
- Tip: 불편한 소리나 울림이 느껴질 땐 참지 말고 즉시 전문가에게 피팅 조정을 요청하세요.
4. 적응 속도를 높이는 생활 습관보청기에 익숙해지는 과정은 단기간의 치료가 아닌 훈련 과정입니다.
다음의 습관을 통해 청각 적응을 보다 빠르게 진행할 수 있습니다.
- 조용한 환경에서부터 시작하기: 처음엔 집 안처럼 소음이 적은 곳에서 적응하세요.
- 음성 중심 청취 훈련: TV 시청, 라디오 듣기, 대화 등 실제 상황에서 점진적으로 훈련하세요.
- 꾸준한 착용: 불편하다고 자주 벗으면 적응 속도가 늦어집니다. 일정 시간을 꾸준히 착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5. 시간이 해결해주는 ‘청각 재활 과정’보청기를 착용한 첫날보다 1주일, 1개월, 3개월 후의 청취 경험은 확연히 달라집니다.
두뇌는 새롭게 입력되는 소리를 학습하며, 점점 자연스러운 청취 패턴을 되찾게 됩니다.
즉, 보청기 적응은 ‘시간과 인내의 훈련’이며, 이는 모든 착용자에게 필수적인 과정입니다.
정리하자면, 보청기 착용 초기에 어지럽거나 소음이 과하게 느껴지는 것은 대부분 정상적인 반응입니다.
조금의 인내와 꾸준한 착용, 그리고 전문가의 세밀한 조정이 더해진다면 처음의 불편함은 어느새 “들리는 기쁨”으로 바뀌게 될 것입니다.
▶️ 박진영 전문가
- 보청기 전문센터 대표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