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청기 사용자라면 누구나 겪는 ‘폐쇄효과(occlusion effect)’ 이해하기보청기를 처음 착용한 사람들 대부분이 공통적으로 느끼는 불편함 중 하나는 “내 목소리가 울려 들려요”, “머리 속에서 울림이 나는 것 같아요”, 또는 “말할 때 귀가 막힌 느낌이에요” 같은 현상입니다.
이런 경험은 보청기 고장이 아니라, 대부분 정상적인 초기 적응 반응입니다. 그 원인은 바로 ‘폐쇄효과(occlusion effect)’라는 생리적 현상 때문입니다.
이번 칼럼에서는 이 현상이 왜 생기고,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1. 폐쇄효과란 무엇일까?보청기를 착용하면 귀 안이 보청기 본체나 이어몰드로 막히게 됩니다. 이때 말하거나 씹는 등의 행동을 하면 내 몸 내부에서 발생하는 진동음이 외부로 빠져나가지 못하고 귀속 공간에서 반사되어 다시 들리게 됩니다.
그 결과 자신의 목소리가 평소보다 훨씬 크고, 울리고, 답답하게 느껴지는 것입니다. 특히 저주파수(낮은 음) 영역의 울림이 강하게 들리기 때문에 “내 목소리가 통통 울린다”거나 “귓속에서 웅웅거린다”고 느끼게 됩니다.
쉽게 말해, 귀속 공간이 막혀서 생기는 ‘자기 목소리의 메아리 현상’이 바로 폐쇄효과입니다.
2. 폐쇄효과는 왜 사람마다 다르게 느껴질까?모든 보청기 착용자가 같은 정도의 울림을 느끼는 것은 아닙니다. 그 차이는 다음의 요인에 의해 달라집니다.
(1) 보청기 형태
- 귓속형(CIC, ITC) 보청기는 귀를 더 깊게 막기 때문에 울림이 더 강하게 느껴집니다.
- 반면 오픈형(Open-fit)은 귀 내부를 덜 막아 울림이 거의 없습니다.
(2) 귀 모양과 통로 크기
- 귓속이 좁고 깊을수록 공기 압이 잘 빠져나가지 않아 울림이 커집니다.
(3) 목소리 크기와 말하는 습관
- 큰 목소리로 말하거나, 낮은 톤으로 말할수록 울림이 더 강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3.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적응됩니다다행히 폐쇄효과는 대부분 시간이 해결해주는 문제입니다.
보통 보청기 착용 후 2~4주 정도면 뇌가 새로운 음향 자극에 적응해 자신의 목소리를 ‘정상적인 크기’로 재인식하게 됩니다.
즉, 처음에는 어색하고 답답하게 느껴지더라도, 꾸준히 착용하면 점차 불편함이 줄어들고 자연스러운 청취로 바뀝니다.
Tip: 초기에 불편하다고 착용을 자주 중단하면 오히려 적응이 늦어집니다. 하루 일정 시간을 꾸준히 착용하는 것이 가장 좋은 적응 방법입니다.
4. 그래도 불편하다면? 전문가의 미세 조정이 필요합니다폐쇄효과가 너무 심하게 느껴질 경우에는 보청기의 물리적 구조나 음향 설정을 조정함으로써 해결할 수 있습니다.
다음과 같은 방법이 대표적입니다.
- 오픈형 이어팁으로 교체: 귀 안쪽의 환기 통로(벤트)를 넓혀 공기 흐름을 개선합니다.
- 저주파 증폭 조정: 저음 영역을 약간 줄여 울림을 완화합니다.
- 보청기 착용 위치 미세 조정: 너무 깊거나 얕게 착용된 경우 울림이 커질 수 있습니다.
전문가의 피팅 조정만으로도 체감 울림이 절반 이하로 줄어드는 경우가 많습니다.
5. 내 목소리가 어색하다는 것은 ‘정상 적응의 시작’보청기 착용 후 내 목소리가 이상하게 들리는 것은 기기가 잘못된 것이 아니라, 청각 시스템이 새 환경에 적응 중이라는 신호입니다.
귀와 두뇌가 새로운 청취 자극에 익숙해지는 과정이므로 조금의 인내와 전문가의 조정만 있으면 대부분 자연스럽게 해결됩니다.
보청기를 착용했을 때 자신의 목소리가 울려 들리는 것은 매우 흔한 현상이며, 이는 폐쇄효과라는 자연스러운 생리적 반응일 뿐, 기기의 결함이나 청력 문제와는 무관합니다.
꾸준한 착용, 올바른 피팅, 그리고 전문가의 미세 조정을 통해 보청기 착용 초기에 느꼈던 어색함은 점차 사라지고, 자연스럽고 편안한 청취 환경으로 이어질 것입니다.
▶️ 김선관 청각사
- 보청기 전문센터 대표원장
- 청각사 자격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