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청기를 착용하고 처음 겪는 불편함 중 하나는 시끄러운 곳에서 대화가 잘 들리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조용한 곳에서는 말소리가 또렷하게 들리지만, 카페나 식당처럼 여러 소리가 뒤섞인 환경에서는 사람의 말과 주변 소음이 함께 증폭되어 대화가 어렵게 느껴집니다. 이 현상은 보청기가 고장 났거나 기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소리의 특성과 환경에 따른 작동 원리를 이해하지 못한 데서 비롯됩니다.
보청기는 ‘필터’가 아닌 ‘보조 장치’많은 사람들이 보청기를 ‘소리를 선별해 들려주는 필터’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보청기의 기본 원리는 ‘작게 들리는 소리를 더 크게 증폭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말소리와 소음이 동시에 존재하는 환경에서는 두 소리 모두 커지게 됩니다. 이때 중요한 것은 단순한 증폭이 아니라, 말소리를 더 강조하고 소음을 상대적으로 줄여주는 기술입니다.
소음을 구분하는 첫 단계 — 주파수 분석보청기는 들어오는 모든 소리를 여러 개의 주파수 대역으로 나누어 분석합니다.
말소리는 비교적 규칙적인 파형과 일정한 주파수 패턴을 가지고 있지만, 식기 부딪히는 소리나 배경 잡음은 불규칙적입니다. 보청기는 이러한 차이를 인식해 불규칙한 신호를 ‘소음’으로 판단하고 그 증폭 비율을 줄입니다. 즉, 완전히 차단하는 것이 아니라 말소리를 중심으로 전체 소리를 균형 있게 조절하는 방식입니다.
방향을 인식하는 기술 — 지향성 마이크시끄러운 장소에서 대화할 때 도움이 되는 기능 중 하나가 ‘지향성 마이크’입니다.
이 기술은 보청기가 여러 방향에서 들어오는 소리를 구분해, 사용자가 바라보는 앞쪽의 말소리를 우선적으로 포착합니다. 반면 측면이나 뒤쪽에서 발생하는 소리는 상대적으로 줄여줍니다. 이를 통해 대화 상대의 목소리를 더 명확하게 들을 수 있으며, 특히 단체 모임이나 식사 자리에서 큰 효과를 발휘합니다.
인공지능 기반 환경 인식 기능최근 보청기에는 인공지능(AI) 기반의 환경 인식 기술이 탑재되어 있습니다.
보청기가 주변의 소리 패턴을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조용한 공간’과 ‘소음이 많은 공간’을 자동으로 구분해 각 상황에 맞게 음향을 조정합니다. 예를 들어, 조용한 곳에서는 전반적인 음량을 높이고, 시끄러운 카페에서는 말소리 주파수만 강조하며 주변 소음을 줄이는 식입니다. 이런 기능 덕분에 사용자는 별도로 모드를 바꾸지 않아도 자연스러운 대화 환경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완벽한 소음 차단은 불가능아무리 기술이 발전해도 보청기가 모든 소음을 완벽히 없앨 수는 없습니다.
사람의 청각은 원래 여러 소리를 동시에 듣고 그중에서 의미 있는 소리를 뇌가 선택적으로 인식하는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오랫동안 청력이 저하된 상태였다면, 뇌가 이런 구분 능력을 잃어버린 상태일 수 있습니다. 따라서 보청기를 처음 착용했을 때는 다양한 소리가 한꺼번에 들려 혼란스러울 수 있지만, 일정 기간 꾸준히 착용하면 뇌가 다시 적응하면서 점차 말소리만 자연스럽게 구별하게 됩니다.
시끄러운 환경에서 대화를 돕는 실전 팁* 대화 상대를 바라보며 이야기하면 지향성 마이크 기능이 효과적으로 작동합니다.
* 식당에서는 벽면이나 구석자리처럼 배경 소음이 덜한 곳을 선택하는 것이 좋습니다.
* 보청기에 소음 환경 모드가 있다면 필요할 때 직접 전환해 사용합니다.
* 주변 소리가 너무 크면 한쪽 보청기만 잠시 꺼두기보다, 양쪽을 함께 유지하는 것이 소리 균형을 유지하는 데 유리합니다.
보청기의 소음 억제 기능은 말소리를 또렷하게 들리게 하기 위한 기술이지, 주변 소리를 완전히 차단하기 위한 장치가 아닙니다. 처음에는 모든 소리가 복잡하게 들리더라도 꾸준히 착용하고 환경에 맞게 조정하다 보면, 점차 대화 중심의 소리 인식이 자연스럽게 회복됩니다. 카페나 식당에서도 대화가 어려울 때는 보청기의 기능을 점검하거나, 전문가의 조정을 통해 자신에게 가장 적합한 환경 설정을 찾아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 정용진 전문가
- 보청기 전문센터 대표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