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청이 의심되거나 청력이 예전 같지 않다고 느껴질 때, 가장 많이 떠올리는 질문이 바로 어느 정도 안 들리면 보청기를 착용해야 하는지에 대한 부분입니다. 아직 대화는 가능한 것 같고, 일상생활도 큰 문제는 없어 보이는데 굳이 보청기까지 필요할지 망설이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보청기 착용 시점은 단순히 얼마나 심하게 안 들리느냐만으로 결정되는 문제는 아닙니다. 청력 수치뿐 아니라 생활 속 불편함과 청취 환경을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청력 수치로 보는 보청기 착용 기준일반적으로 청력은 데시벨 단위로 측정되며, 손실 정도에 따라 경도, 중등도, 고도 난청 등으로 나뉩니다. 보통 25dB 이하에서는 큰 불편이 없는 정상 범위로 분류되고, 30~40dB 수준부터는 경도 난청으로 판단됩니다. 이 단계에서는 작은 소리나 말끝이 잘 들리지 않는 느낌을 받기 시작합니다.
40~55dB 정도의 중등도 난청이 되면 일상 대화에서 불편함이 분명해집니다. 특히 여러 사람이 함께 이야기하거나 소음이 있는 환경에서는 말소리를 놓치는 경우가 잦아집니다. 이 단계부터는 보청기 착용을 적극적으로 고려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60dB 이상으로 진행되면 일상 대화 자체가 어려워지는 경우가 많아, 보청기 착용이 사실상 필수적인 단계로 넘어가게 됩니다.
하지만 수치만으로 결정하기에는 부족합니다청력 검사 수치가 아직 경도 난청 범위에 속하더라도, 실제 생활에서는 이미 큰 불편을 느끼는 분들도 계십니다. 반대로 수치상으로는 중등도 난청에 해당하지만, 조용한 환경 위주의 생활을 하시면서 크게 불편을 느끼지 못하는 분들도 계십니다. 이처럼 보청기 착용 시점은 단순한 숫자보다 실제 생활에서의 불편함이 더 중요한 기준이 됩니다.
예를 들어 가족과의 대화에서 자주 되묻게 되거나, TV 소리를 자주 키우게 되는 상황이 반복된다면 청력 보완이 필요한 신호일 수 있습니다. 전화 통화가 어려워지거나, 특정 사람의 목소리가 유독 잘 안 들린다고 느끼는 경우도 보청기 착용을 고민해볼 시점으로 볼 수 있습니다.
말소리가 안 들리기 시작했다면 주의가 필요합니다난청 초기에는 소리가 작게 들리는 것보다 말소리가 뭉개져 들리는 증상이 먼저 나타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소리는 들리지만 무슨 말을 하는지 정확히 이해하기 어렵다고 느껴진다면, 이미 청취 기능에 부담이 생기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습니다. 특히 자음 소리가 잘 안 들리거나, 빠른 말 속도를 따라가기 어려워졌다면 보청기 착용을 늦추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말소리 이해도가 떨어진 상태를 오래 방치하면 뇌가 소리를 해석하는 능력 자체가 점점 약해질 수 있습니다. 이 경우 나중에 보청기를 착용하더라도 적응이 더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에, 너무 늦기 전에 보청기를 고려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소음 환경에서의 불편함도 중요한 기준입니다조용한 환경에서는 대화가 가능하지만, 식당이나 모임처럼 소음이 있는 공간에서 유독 힘들다고 느끼시는 분들도 많습니다. 이는 청력 손실 자체보다 소리 분별 능력이 떨어졌기 때문인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단순히 참고 지내기보다는, 청취 부담을 줄여주는 보청기의 도움을 받는 것이 삶의 질을 크게 개선할 수 있습니다.
특히 직장 생활이나 사회적 모임이 잦은 분들께서는 소음 환경에서의 불편함이 누적되면서 대화를 피하게 되는 경우도 생깁니다. 이 단계에서 보청기를 착용하면 소통 스트레스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나이가 들었다고 당연한 것은 아닙니다연령이 높아질수록 청력이 떨어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일 수 있지만, 그렇다고 불편함을 참고 지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나이에 비해 대화가 유독 힘들다고 느껴진다면, 보청기 착용을 고려하는 것이 충분히 합리적인 선택입니다. 오히려 너무 늦게 착용할수록 적응 기간이 길어질 수 있기 때문에, 불편함이 시작되는 시점에서 검토하는 것이 좋습니다.
보청기를 쓰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생각해 착용을 미루는 분들도 많지만, 초기 단계에서 착용할수록 소리에 대한 적응이 수월하고 결과도 더 자연스러운 경우가 많습니다.
보청기 피팅이 착용 시점을 좌우합니다보청기 착용을 결정할 때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바로 보청기 피팅입니다. 적절한 피팅이 이루어진다면 경도 난청 단계에서도 부담 없이 보청기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피팅이 부족하면 비교적 심한 난청에서도 불편함만 커질 수 있습니다.
보청기는 처음부터 크게 키워 사용하는 기기가 아니라, 현재 청력 상태에 맞춰 필요한 부분만 보완하는 방식으로 시작하게 됩니다. 이 때문에 어느 정도 안 들려야 쓰는 기기라기보다는, 불편함을 느끼기 시작했을 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도구로 이해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참고 지내는 시간이 길수록 적응은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난청이 있음에도 오랜 기간 보청기 없이 생활하면, 듣지 못했던 소리에 대한 뇌의 처리 능력이 점점 줄어들 수 있습니다. 이 상태에서 보청기를 착용하면 소리는 들리지만 어색하고 시끄럽게 느껴질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반대로 비교적 이른 시기에 보청기를 착용하면 소리에 대한 적응이 훨씬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보청기 착용 시점은 정해진 정답이 있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불편함과 앞으로의 생활을 함께 고려해 결정해야 합니다. 단순히 얼마나 안 들리느냐보다, 얼마나 불편한지가 더 중요한 기준이 됩니다.
조금이라도 일상에서 불편함을 느끼고 계시다면, 보청기 착용 여부를 한 번쯤은 진지하게 검토해보시는 것이 좋습니다. 정확한 청력 평가와 충분한 상담을 통해 자신의 상태에 맞는 선택을 하신다면, 보청기는 불편함을 참고 지내는 대신 일상 소통을 훨씬 편안하게 만들어주는 도구가 될 수 있습니다.
▶️ 윤보한 청능사
- 보청기 전문센터 대표원장
- 청능사 자격 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