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청기를 착용했는데도 기대만큼 잘 들리지 않아 실망하시는 분들이 적지 않습니다. 비용과 시간을 들여 선택했는데 여전히 말소리가 흐릿하거나 대화가 어려우면 보청기가 효과가 없는 것처럼 느껴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이는 보청기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사용 과정과 조건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래에서는 보청기를 껴도 잘 안 들린다고 느끼는 대표적인 이유들을 차분히 살펴보겠습니다.
1. 보청기에 대한 기대치가 너무 높은 경우보청기는 잃어버린 청력을 원래 상태로 되돌려주는 기기가 아닙니다. 들리지 않던 소리를 보완해 주는 보조 도구에 가깝습니다. 따라서 보청기를 끼면 예전처럼 완벽하게 들릴 것이라고 기대하셨다면, 실제 체감과의 차이로 인해 잘 안 들린다고 느끼실 수 있습니다. 보청기의 목표는 모든 소리를 크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일상 대화를 이해하기 쉽게 돕는 데 있다는 점을 먼저 이해하시는 것이 중요합니다.
2. 적응 기간이 충분하지 않은 경우보청기를 처음 착용하면 소리가 낯설고 불편하게 느껴지는 것이 매우 자연스럽습니다. 오랫동안 듣지 못했던 소리가 한꺼번에 들어오면서 시끄럽게 느껴지거나, 말소리가 어색하게 들릴 수 있습니다. 보통 2주에서 4주 정도의 적응 기간이 필요하며, 이 기간 동안에는 소리가 점점 편안해지는 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착용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도 결과를 판단하신다면 실제 효과를 충분히 경험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이 큽니다.
3. 보청기 피팅이 충분하지 않은 경우보청기는 착용하는 순간 완성되는 기기가 아닙니다. 개인의 청력 상태와 생활환경에 맞춰 여러 차례 조정을 거쳐야 비로소 제 역할을 하게 됩니다. 초기 설정만으로 사용하는 경우, 말소리가 또렷하지 않거나 소음이 과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보청기 피팅 과정에서는 소리의 크기뿐 아니라 주파수별 조절, 말소리 강조, 소음 제어 설정 등이 함께 이루어져야 합니다. 이 과정이 부족하면 보청기를 착용해도 만족도가 낮아질 수 있습니다.
4. 난청의 정도와 유형이 영향을 주는 경우난청이 상당히 진행된 경우에는 보청기를 착용하더라도 정상 청력과 같은 수준의 소리를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특히 청신경 손상이 동반된 경우에는 소리를 키워도 말소리로 또렷하게 인식되지 않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럴 때는 보청기가 소리를 들려주기는 하지만, 이해도가 크게 개선되지 않는다고 느끼실 수 있습니다. 이는 보청기의 한계라기보다 난청 유형의 특성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5. 소음 환경에서의 한계보청기를 착용해도 식당이나 모임처럼 소음이 많은 환경에서는 여전히 대화가 어렵다고 느끼는 분들이 많습니다. 보청기는 소음 속에서 말소리를 더 잘 구분하도록 도와주지만, 정상 청력과 완전히 동일한 수준까지는 어렵습니다. 특히 기대치가 높을수록 이러한 환경에서 실망감이 커질 수 있습니다. 다만 보청기를 착용하지 않았을 때와 비교하면 대화 피로가 줄고, 말소리를 따라가기 쉬워지는 변화는 충분히 기대할 수 있습니다.
6. 보청기 착용 시간이 충분하지 않은 경우보청기는 하루 종일 착용하면서 점차 적응해 나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불편하다고 해서 짧은 시간만 착용하거나, 특정 상황에서만 간헐적으로 사용하면 뇌가 소리에 익숙해질 기회를 갖기 어렵습니다. 이 경우 보청기를 껴도 항상 어색하고 잘 안 들린다고 느끼게 됩니다. 처음에는 짧게 시작하더라도 점차 착용 시간을 늘려가는 것이 필요합니다.
7. 현재의 청력 상태가 다시 변한 경우보청기를 맞춘 이후에도 청력은 계속 변화할 수 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난청이 조금 더 진행되었는데 초기 설정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면, 보청기가 현재 상태에 충분히 맞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기기를 바꾸기 전에 현재 청력 상태를 다시 점검하고, 이에 맞춰 조정을 진행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8. 기기 선택이 청력 상태와 맞지 않는 경우보청기의 종류와 출력이 현재의 청력 손실 정도에 맞지 않는 경우에도 효과가 떨어질 수 있습니다. 출력이 부족하면 필요한 소리가 충분히 전달되지 않고, 반대로 과하면 오히려 불편함이 커질 수 있습니다. 이 역시 단순한 사용 문제가 아니라, 처음 선택 단계에서의 판단과 이후 조정 과정이 함께 영향을 미칩니다.
보청기는 혼자 해결하려고 할수록 어려워집니다보청기를 착용했는데도 잘 안 들린다고 느낀다면, 혼자서 참고 지내기보다 원인을 차분히 점검해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대부분은 적응 기간, 보청기 피팅, 청력 변화 중 하나 또는 여러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는 조정을 통해 충분히 개선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보청기는 한 번에 모든 문제를 해결해주는 기기가 아니라, 사용자와 함께 맞춰가며 완성되는 도구입니다. 지금 잘 안 들린다고 느끼신다면, 그것이 실패를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현재 상태를 점검하고 필요한 조정을 거친다면, 이전보다 훨씬 편안한 청취 환경으로 나아가실 수 있습니다.
▶️ 박경민 전문가
- 보청기 전문센터 대표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