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청기를 알아보시는 분들께서 가장 많이 던지는 질문이 바로 이 질문입니다. 아직은 대화가 완전히 안 되는 것도 아니고, 가족과 이야기하는 데 큰 문제는 없지만 예전 같지 않다는 느낌이 들 때, 이 정도면 보청기를 껴야 하는 건지 고민하게 됩니다. 보청기 착용 시점은 단순히 청력이 나빠졌는지 여부만으로 결정되는 문제가 아니라, 생활 속 변화와 청각의 부담 정도를 함께 살펴보아야 판단할 수 있습니다.
아직 들리는데도 불편함이 느껴지는 이유많은 분들이 보청기는 거의 안 들릴 때 사용하는 기기라고 생각하십니다. 하지만 실제로 보청기를 착용하시는 분들 대부분은 완전히 안 들리는 상태에서 시작하지 않습니다. 말소리는 들리지만 자주 되묻게 되거나, TV 소리를 점점 키우게 되고, 여러 사람이 함께 말하면 대화가 유독 힘들어지는 시점에 보청기를 고민하게 됩니다.
이 시점은 귀가 소리를 못 듣는 상태라기보다, 듣기 위해 더 많은 에너지를 쓰고 있는 상태라고 보시는 것이 정확합니다. 듣는 데 집중하느라 피로가 쌓이고, 대화가 끝난 뒤 유난히 머리가 멍해지는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보청기를 고민해야 하는 대표적인 신호들보청기 착용 시점을 판단할 때는 검사 수치보다 생활 속 변화가 더 중요한 기준이 됩니다. 다음과 같은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면, 보청기를 한 번쯤은 진지하게 고민해볼 시점일 수 있습니다.
* 가족이나 지인의 말을 자주 되묻게 되는 경우
* TV나 라디오 소리를 다른 사람보다 크게 설정하게 되는 경우
* 전화 통화에서 상대방의 말이 또렷하지 않게 느껴지는 경우
* 식당이나 모임처럼 소음이 있는 장소에서 대화가 유독 힘든 경우
* 말은 들리는데 내용이 잘 이해되지 않는 경우
이러한 변화는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반복적으로 나타날수록, 청각 기능이 예전만큼 여유롭지 않다는 신호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청력 수치로 보는 보청기 착용 시점의학적으로는 보통 청력검사상 40dB정도의 난청 단계부터 보청기 착용을 고려할 수 있습니다. 이 정도의 난청은 작은 소리나 말끝 자음이 잘 안 들리는 수준으로, 본인은 크게 문제없다고 느끼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이 단계부터 말소리 이해에 미세한 어려움이 누적되기 시작합니다.
중등도 난청으로 넘어가면 일상 대화에서 불편함이 분명해지며, 이 시점에서는 보청기 착용 여부가 생활의 질에 큰 영향을 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만 같은 수치라도 생활환경에 따라 불편함의 정도는 크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숫자만으로 판단하기보다는 실제 생활에서 느끼는 변화를 함께 고려하시는 것이 중요합니다.
아직 참을 수 있는데도 보청기를 권하는 이유보청기를 너무 늦게 착용하면 적응이 어려워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소리를 제대로 듣지 못하는 상태가 오래 지속되면, 뇌가 소리를 해석하는 기능 자체가 점점 약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상태에서 보청기를 착용하면 소리가 어색하거나 시끄럽게 느껴지고, 적응에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해질 수 있습니다.
반대로 비교적 이른 시기에 보청기를 착용하면, 뇌가 새로운 소리 환경에 적응하는 과정이 훨씬 수월한 편입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너무 안 들릴 때까지 미루기보다는, 불편함이 시작되는 시점에 보청기를 고려하는 것이 좋다고 이야기합니다.
모든 난청에 보청기가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난청이 매우 경미하고, 생활에서 느끼는 불편함이 거의 없다면 당장 보청기를 착용하지 않아도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조용한 환경 위주의 생활을 하고 있고, 대화 요구가 많지 않다면 경과 관찰만으로도 충분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불편함이 반복되고, 대화를 위해 예전보다 더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면 그 자체로 보청기를 고려해야 할 이유가 됩니다. 특히 소음 환경에서 대화가 힘들어지거나, 듣는 일 때문에 피로가 누적되고 있다면 착용 시점을 늦추는 것이 오히려 부담을 키울 수 있습니다.
보청기를 착용한 분들께서 가장 많이 말씀하시는 변화는 듣는 데 드는 에너지가 줄어든다는 점입니다. 이전에는 대화를 이해하기 위해 집중해야 했던 상황이, 보청기 착용 후에는 훨씬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대화를 피하게 되던 상황에서 다시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되는 변화도 자주 나타납니다. 듣는 것이 편해지면 자연스럽게 사람을 만나는 데 대한 부담도 줄어들게 됩니다.
보청기는 평생 써야 하는 선택일까요보청기를 언제부터 껴야 하냐는 질문 뒤에는 한 번 시작하면 평생 써야 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숨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처음부터 하루 종일 착용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필요할 때부터, 편한 환경에서부터 시작해도 충분합니다.
보청기 착용 시간과 방식은 개인의 생활에 맞게 조절할 수 있으며, 처음에는 하루 몇 시간만 착용하다가 점차 늘려가는 방식도 가능합니다. 이 점에서 보청기는 생각보다 유연한 도구입니다.
보청기를 언제부터 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딱 떨어지는 정답은 없습니다. 다만 분명한 기준은 있습니다. 듣는 것이 예전보다 힘들어졌는지, 대화를 위해 더 많은 에너지를 쓰고 있는지, 그로 인해 피로와 스트레스가 쌓이고 있는지를 스스로 돌아보는 것입니다.
보청기는 의무가 아니라 선택입니다. 하지만 불편함이 반복되고, 그로 인해 생활의 질이 조금씩 떨어지고 있다면 그 시점이 바로 보청기를 고민해볼 때일 수 있습니다.
보청기는 마지막 수단이 아니라, 생활을 보조하는 도구입니다. 조금이라도 듣는 것이 예전 같지 않다고 느껴진다면, 이미 질문은 시작된 상태입니다. 그 질문에 너무 늦게 답하기보다는, 현재의 생활을 기준으로 차분히 판단해보시는 것이 보다 편안한 선택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입니다.
▶️ 김지호 청각사
- 보청기 전문센터 대표원장
- 청각사 자격 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