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결론부터 말하면, 내 청력에 맞게 정확히 조절된 보청기를 오래 착용한다고 해서 귀가 더 나빠지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난청이 있는데도 보청기를 끼지 않고 오래 버티는 것이 더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잘 안 들리는 상태가 계속되면 말소리를 알아듣는 능력이 떨어지고, 대화가 피곤해지고, 사람 만나는 일이 줄어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보청기는 귀를 망가뜨리는 기기가 아니라, 부족해진 소리를 보완해 남아 있는 듣는 능력을 더 잘 쓰도록 돕는 도구입니다.

많은 분들이 “보청기를 오래 끼면 귀가 보청기에 의존해서 더 나빠지는 것 아닌가요?”라고 걱정합니다. 하지만 보청기는 귀를 게으르게 만드는 기기가 아닙니다. 안경을 쓴다고 눈이 더 나빠지는 것이 아니라 잘 보이도록 도와주는 것처럼, 보청기도 잘 안 들리는 소리를 더 잘 들을 수 있게 도와주는 역할을 합니다. 중요한 것은 아무 보청기나 끼는 것이 아니라, 청력검사를 바탕으로 내 귀에 맞게 조절된 보청기를 착용하는 것입니다.
보청기는 단순히 모든 소리를 크게 키우는 기기가 아닙니다. 사람마다 잘 안 들리는 소리 영역이 다릅니다. 어떤 분은 고음이 잘 안 들리고, 어떤 분은 말소리는 들리지만 또렷하게 구분이 어렵습니다. 그래서 보청기는 청력검사 결과에 맞춰 필요한 소리만 적절히 보완하도록 조절합니다. 예를 들어 자음이 흐리게 들리는 분에게는 말소리 구분에 필요한 부분을 더 잘 들리게 맞추고, 너무 큰 소리는 불편하지 않도록 조절합니다.
물론 잘못 맞춘 보청기는 불편할 수 있습니다. 소리가 너무 크게 들어가면 귀가 피곤하고, 머리가 아프고, 주변 소음이 부담스럽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보청기 자체가 나쁜 것이 아니라 조절이 잘못된 경우입니다. 도수가 맞지 않는 안경을 쓰면 어지럽지만, 안경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닌 것과 같습니다. 보청기도 청력검사, 착용 후 피팅, 재조정을 제대로 받으면 훨씬 편하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대한이비인후과학회지에 발표된 국내 이비인후과 연구진의 2022년 보청기 피팅 관련 논문에서는 보청기 조절의 목표를 “증폭된 소리를 편안하게 듣고, 대화 명료도를 높이는 것”으로 설명합니다. 즉 보청기는 무조건 크게 듣게 만드는 기기가 아니라, 사용자가 불편하지 않은 범위 안에서 말소리를 더 잘 알아듣도록 조절하는 장치입니다. 그래서 보청기를 선택할 때는 제품 가격만 볼 것이 아니라, 얼마나 정확하게 조절해주는지, 착용 후 다시 조정받을 수 있는지, 사후관리가 잘 되는지를 함께 봐야 합니다.
"난청을 오래 방치하면 더 큰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반대로 난청을 오래 방치하면 더 큰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잘 안 들리는 상태가 계속되면 귀와 뇌가 말소리를 듣고 해석하는 기회를 줄이게 됩니다. 처음에는 “다시 말해줘” 정도로 해결되지만, 시간이 지나면 소리는 들려도 말뜻이 잘 안 잡히는 경우가 많아질 수 있습니다. 특히 식당, 시장, 병원 대기실, 가족 모임처럼 여러 소리가 섞이는 곳에서는 대화가 더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미국 위스콘신대학교 의과대학 이비인후과 연구진은 1999년 Otology & Neurotology에 발표한 연구에서 한쪽 귀에만 보청기를 착용한 사람들을 장기간 관찰했습니다. 그 결과 보청기를 착용하지 않은 귀에서 시간이 지나며 단어를 알아듣는 능력이 더 떨어질 수 있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쉽게 말하면, 소리를 충분히 듣지 못한 귀는 시간이 지나면서 말소리 구분 능력이 더 약해질 수 있다는 뜻입니다. 이것을 어렵게는 청각 박탈이라고 부릅니다.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이비인후과와 국내 공동 연구진은 2019년 Clinical and Experimental Otorhinolaryngology에 발표한 연구에서 양쪽 귀가 모두 나쁜데 한쪽만 보청기를 착용하면, 보청기를 끼지 않은 반대쪽 귀의 말소리 이해력이 떨어질 수 있다고 보고했습니다. 그래서 양쪽 난청이 있는 경우에는 한쪽만 착용할지, 양쪽을 함께 착용할지 신중하게 상담해야 합니다. 비용만 보고 한쪽만 결정하기보다는, 장기적으로 듣는 능력을 어떻게 유지할지 함께 생각해야 합니다.







